한인사회

[발행인 칼럼] 훌륭한 검사란?

미 연방 검사 고별식에서 느낀 소회

 

한국에선 검사가 대통령이 되던 오늘 오후 나는 한 미 연방 검사의 고별식에 참석했다.

필자의 지인이었던 마크 처코우 검사는 미시간 동부 지역에서 근무한 17년을 포함해 24년 동안 미 연방 검사로 재직해 오다가 은퇴하게 되었다.

그는 디트로이트에서 Public Corruption Unit(공직자 부패 전담 팀)의 책임자로서 콰미 킬패트릭 전 디트로이트 시장을 기소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으며 글로벌 기업들의 사기 및 부패 그리고 리베이트에 연루된 사건들과 공무원들에 대한 형사 처벌을 기록적으로 진행해 왔다.

다이크마 법률사무소에서 정부 조사 및 기업 규정 준수 관행 팀의 책임자로 이직한 그를 위한 고별식에는 미시간 동남부 지역의 법조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자리에 축하 차 참석한 U.S. District의 Terrence Berg 연방 판사는 “어떤 검사가 좋은 검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humility(겸손함)가 없는 검사는 오히려 사회에 위험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자답했다. 그는 여기서 겸손함이란 “검사의 주장이 언제나 옳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고 “마크 처코우는 양쪽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려는 자세를 가진 훌륭한 검사였다”고 치하했다.

고별식이 열린 디트로이트 코크타운에 있는 Gaelic League Irish-American Club은 수수했지만 고별식은 짜임새 있고 고급스러웠다. 미시간을 대표하는 법조계 인사들이 모여서 마크를 위해 만들어 준 고별식은 미국의 정상급 지식인들의 재능 잔치나 다름없었다. 고풍스런 위트와 유머가 넘쳐났지만 권위주의는 보이지 않았다.

디트로이트 FBI를 포함해 모든 법조계 관련 부처들이 전달하는 공로패와 선물은 소박했고 저녁 메뉴도 지극히 간단했다. 하지만 검사직을 떠나는 마크를 위해 동료 검사들이 직접 작사한 노래를 들려 주었고 마크를 기리기 위해 만든 영상도 수준급이었다. 마치 법정에서 현란한 말솜씨를 뽑내던 검사들이 마크의 업적을 충분한 증거 자료를 가지고 입증하는 듯 했다.

[발행인 칼럼] 훌륭한 검사란 누구인가?
디트로이트 출신으로 첫 흑인 여성 미국 연방 검사가 된 Dawn Ison이 마크 처코우 퇴직 검사에게 공로패를 전달하고 있다.
이제 변호사가 된 마크 처코우씨는 고별사에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당시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그곳에 있는 검사들과 미팅을 가진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의 검사들과는 달리 권위적인 그곳의 검사들과 축구를 보면서 그들은 훌륭한 검사는 어떤 것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그는 법정은 마치 축구장과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양쪽 진영이 있고 심판 그리고 객석을 메운 관중이 있다. 그는 “이 축구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법정에서 검사가 단독 플레이를 하면서 혼자만 골을 넣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렇다면 법정도 축구장도 성립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말해 항상 이기려고만 하는 검사는 좋은 검사가 아니다”는 것이다. 물론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양쪽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상대방의 입장도 제대로 인지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판단이 옳았는지 끊임없이 뒤돌아보고 충분한 증거 자료를 바탕으로 편견이 없는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 애쓰는 이곳의 검사들은 상호 견제 시스템 때문만이 아니라 일을 제대로 하려는 지성인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인 것 같다. 이들은 이들이 편견에 사로잡히거나 꼭 이겨야 하겠다는 아집때문에 객관적인 판단력이 흐려지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는 책임감을 하루도 잊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다민종이 모여 사는 미국이 여러가지의 갈등속에서도 건재하게 발전하는 이유는 법조계가 건강하기 때문이다. 검사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권한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견제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기도 하지만 정도를 걸으려는 검사들의 자각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이 비교적 건강한 이유는 ‘It’s none of your business’ 정신 때문은 아닐까? 자기에게 맡겨진 일에만 전문성을 갖고 충실하게 대하는 정신말이다. 미국인들에게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만 충실한 겸손함이 있다. 다시 말해 검사직을 가지고 정치를 하지 않는다. 또한 언론직을 가지고 정치를 하지 않는다. 자기 포지션에 주어진 권한을 가지고 남의 영역을 기웃거리지 않는다. 그래서 시스템이 갖추어진 선진국인 것이다. 그래서 사회가 혼란스럽지 않고 안정적인 것이다.

미국에 살면서 미안한 것은 이렇게 좋은 환경 속에서 우리만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인권이 유린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민간인을 죽이는 이런 급박한 상황속에서도 미국에 있는 우리들은 너무나 좋은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무언가 하나라고 배우고 가야겠다는 마음으로 2시간이 넘게 진행된 마크의 고별식을 끝까지 지켜보면서 미국 검사들은 참으로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 사람들이 자신들을 위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기 자리를 묵묵히 지켜주는 것이 새삼 얼마나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는 마음이 들었다.

Gaelic League Irish-American Club에서 열린 고별식에는 미시간 유명 법조계 인사들이 거의 모두 참석해 마크 처코우의 공로를 치하했다.

mkweekl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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