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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상품인데 사람마다 가격이 다르다?

미국에서 확산되는 ‘감시 가격제’ 논란

온라인 쇼핑 기록과 개인정보를 분석해 가격 결정… 소비자도 모르게 다른 할인 혜택 제공

 

[주간미시간=김택용 기자] 온라인 쇼핑몰에서 같은 상품을 구매하는데도 사람마다 지불하는 가격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미국에서 소비자의 인터넷 검색 기록과 쇼핑 습관, 거주 지역 등을 분석해 개인별로 가격이나 할인 혜택을 다르게 제공하는 이른바 ‘감시 가격제(Surveillance Pricing)’가 새로운 소비자 보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들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의 구매 성향을 분석하면서, 같은 상품이라도 소비자가 지불할 의사가 있는 금액에 따라 서로 다른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시 가격제란 무엇인가?

기존의 유동 가격제(Dynamic Pricing)는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이 바뀌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항공권 가격이 좌석 수요나 예약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반면 감시 가격제는 ‘이 소비자가 얼마까지 지불할 의사가 있는가’를 분석해 가격과 할인 혜택을 결정한다. 기업은 소비자가 특정 상품을 얼마나 자주 검색했는지, 장바구니에 상품을 넣었다가 구매하지 않았는지, 할인 쿠폰을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 등을 분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은 100달러짜리 상품을 구매하려는 두 소비자가 있다고 가정하자.

첫 번째 소비자는 평소 할인할 때만 물건을 구매한다. 두 번째 소비자는 가격 비교를 거의 하지 않고 필요한 상품을 즉시 구매한다.

기업의 알고리즘은 첫 번째 소비자에게 15달러 할인쿠폰을 제공하면서 두 번째 소비자에게는 정상가격 100달러를 그대로 제시할 수 있다.

결국 같은 상품을 구매하더라도 한 사람은 85달러, 다른 사람은 100달러를 지불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가능한 작동 방식을 설명한 예시이며, 모든 온라인 업체가 이런 방식을 사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도 조사 나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25년 1월 발표한 조사에서 기업들이 소비자의 위치정보와 인터넷 검색 기록, 구매 이력, 웹사이트에서의 마우스 움직임까지 활용해 맞춤형 가격과 판촉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FTC가 조사한 가격 관련 기술업체들은 최소 250개 고객 기업과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소매업체가 소비자별 기본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2025년 12월에는 온라인 식료품 배달업체 인스타카트(Instacart)에서 동일 상품이 소비자에 따라 다른 가격으로 표시되는 사례가 발견됐다. 일부 가격 차이는 23%에 달했으며, 회사는 이후 관련 가격 실험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연방정부, 개인정보를 이용한 가격 책정 규제 검토

2026년 8월 19일 FTC는 개인정보를 이용한 맞춤형 가격 책정에 관한 집행정책 초안을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FTC는 개인별 가격 책정 자체가 모든 경우에 불법인 것은 아니지만, 기업이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가격 결정에 사용한다는 사실을 숨기거나 오해를 유발한다면 연방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의회도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원 감독위원회는 2026년 9월 기업들이 소비자 정보를 활용해 가격을 결정하는 관행에 대한 조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온라인 쇼핑에서 제시된 가격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말고 비교하는 습관을 갖도록 권고한다.

특히 다음과 같은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1. 로그인 전후 가격 비교: 회원으로 로그인했을 때와 로그아웃했을 때 가격을 확인한다.

2. 시크릿 모드 활용: 브라우저의 비공개 창에서 같은 상품의 가격을 비교한다.

3. 다른 기기에서 확인: 스마트폰과 컴퓨터에서 표시되는 가격을 비교한다.

4. 최종 결제금액 확인: 할인쿠폰, 배송료, 서비스 수수료를 포함한 실제 지불금액을 비교한다.

5. 다른 판매업체와 비교: 동일한 상품을 여러 쇼핑몰에서 검색한다.

다만 가격이 다르게 표시된다고 해서 반드시 감시 가격제가 적용됐다는 증거는 아니다. 지역별 배송료나 재고 상황, 일반적인 할인 행사도 가격 차이를 발생시킬 수 있다.

소비자가 모르는 사이 달라지는 쇼핑 환경

감시 가격제는 소비자에게 반드시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할인에 민감한 고객에게 더 큰 혜택을 제공하고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어떤 개인정보를 제공했고 그 정보가 가격 결정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 수 없다면 공정성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특히 개인정보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소비자들은 이러한 가격 결정 방식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된 시대에는 단순히 상품의 가격을 비교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이제 현명한 소비자는 가격표만 확인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가격이 어떻게 결정됐는지까지 관심을 갖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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