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Michigan Korean Weekly

이삭 — 유산을 지켜내는 신앙

Advertisements

아브라함, 이삭, 야곱, 요셉 으로 이어지는 족장시대는 히브리인의 정체성이 만들어진 기간입니다. 성경은 족장 개인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통해 하나님의 구원사를 알려 주시기 때문에, 이 족장들의 이야기는 참으로 중요합니다. 족장시대라면 유목민들이 초원에서 양떼를 풀뜯기는 목가적 광경을 떠올리시는 분들께서는, 아브라함이 당대에 이미 팔레스타인 도시국가들과 외교적 교섭을 하는 신분이었고, 그 아들 이삭이 한 해 10,000 % 의 경영수익을 올려 갑부가 되면서 블레셋인들의 시기와 견제를 받았다는 일화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창 26:12-15). 하나님께서 갈대아 우르에서 아브람 한 사람을 불러내시며 시작된 하나님 백성은, 네 대를 지나 요셉이 죽고난 직후에는 대제국 이집트의 파라오가 “저들 [히브리인들]이 우리보다 수가 많고 강하다” 고 걱정할만큼 늘어났습니다 (출 1:8-10). 이집트인들이 마구 부리는 노예계층 히브리인들이 자기들보다 강하다니, 아마 인종청소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한 과장법이겠긴 하지만, 그만큼 대제국 이집트도 준비를 미처 갖추지 못할 정도로 히브리인들의 존재감이 커졌던 것입니다. 이스라엘에게 족장시대는 다이내믹한 고속성장 끝에 초강대국 이집트의 종살이 이등국민으로 전락하는 파란만장한 시대였습니다.

족장들 가운데 혹독한 시련이나 타락과 가장 거리가 먼 사람이 바로 이삭입니다. 백세에 얻은 아들을 바치라는 아브라함의 불시험, 아버지와 형을 속여 장자권을 차지하고 후환이 두려워 외가로 도망쳤다가 외삼촌과도 속임수를 주고받고 다시 도망쳐온 야곱의 “험난한 세월,” 십대소년의 몸으로 종살이에 팔려가 모진 고생을 거쳐 결국 하늘아래 2인자의 위치에 오른 요셉에 비해 이삭의 삶은 덤덤해 보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늘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으로 당신을 드러내셨습니다. 이삭의 삶의 중대한 특징은, 그가 아버지의 신앙을 이해하고 그 신앙을 소중히 여기며 자기것으로 삼은 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생명보다 귀한 아들을 내놓는 아브라함의 행동은 참으로 대단한 것입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아브라함만이 아닙니다. 자신을 죽이기로 마음먹은 아버지와 삼일길을 동행한 뒤, 제단을 쌓고 화목을 나르며 제물은 어디있느냐고 묻던 이삭이 무슨 생각을 했었겠습니까? 이삭은 코흘리개 소년이 아닙니다. 번제할 나뭇짐을 지고갈 만큼 건장합니다. 당신은 자기를 묶어 단위에 눕히고 시퍼런 칼날을 쳐드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습니까? 사람의 본능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자동차를 몰다 충돌하게 되면 운전자는 마지막 순간 본능적으로 충돌지점을 피하기 위해 핸들을 왼쪽으로 꺾습니다. 그래서 아내든 자식이든 애인이든 그 누구든지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먼저 죽는답니다. 이삭이 아브라함의 칼날을 그냥 받은 것은 본능으로는 불가능한, 믿음의 결단에서만 가능한 선택이었습니다. 아버지가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있을 것을 신뢰했던 것입니다.

출생부터가 기적 그 자체였고, 그 사건을 기념하는 이름 (이츠악 = “그가 웃는다”) 을 지닌 이삭. 그는 아버지가 만난 하나님을 자신의 하나님으로 다시 만났고, 아버지가 쌓은 제단에서 자신의 믿음을 고백했으며, 아버지가 기도하며 종에게 맡겨 데려온 리브가를 기쁨으로 맞아 평생토록 그녀만을 사랑한 남자였습니다. 영웅호걸 아버지에게 콤플렉스가 있는 소심남이었는가 하면 천만의 말씀입니다! 대적들이 막아 못쓰게 만든 아버지의 우물터를 찾아 다시 복구시킨 배포 큰 사람입니다. 억울하게 대하는 이들과 힘으로 다투지 않고 싸움이 일면 물러서서 새 자리에 새 우물을 팝니다. 이땅에 하나님이 내 먹고 살 자리를 안 주시겠느냐? 세상은 넓다 (“르호봇”) … 털어버리는 대범한 사내입니다. 하나님께서 나는 네 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다 하시니 그 자리에 제단을 쌓고 장막치고 삽니다. 철저하게 아버지의 하나님을 나의 하나님으로 모셔 섬기고, 믿음의 유산을 받아 자기 아들들에게 물려 준 사람입니다. 보이지 않는 약속을 붙들고 떠난 모험가 아브라함의 신앙도, 자기 몫이 아닌 장자의 축복을 그렇게나 사모했던 야심가 야곱의 신앙도 좋지만,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신앙유산을 잘 간직하고 가꾸어 나갔던 우물파는 사내 이삭의 믿음도 참으로 귀합니다. 오늘 우리가, 선대의 야성적이고 뜨거운 믿음을 되찾아 가꾸어 내는 이삭의 세대가 되기를 기도해봅니다.

유선명 목사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