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은 ‘안전기한’보다 ‘품질 권장일’…냄새·색·보관 상태 함께 확인해야
냉장고에서 우유나 요구르트를 꺼냈는데 포장에 표시된 날짜가 하루 이틀 지났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날짜가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버리는 사람도 있고, 냄새와 상태를 확인한 뒤 먹는 사람도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식품에 표시되는 날짜 대부분이 식품이 위험해지는 정확한 시점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유아용 조제분유를 제외하면, 많은 식품의 날짜 표시는 안전성보다 맛과 신선도 등 품질이 가장 좋은 시기를 알려주기 위한 제조업체의 권장 기준에 가깝다.
‘Best By’는 안전기한이 아니다
미국의 식품 포장에는 다음과 같은 표현이 흔히 사용된다.
Best If Used By 또는 Best By는 해당 날짜까지 맛과 품질이 가장 좋다는 의미다. 날짜가 지났다고 즉시 상하거나 위험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Sell By는 소비자보다 소매점이 재고를 관리할 때 사용하는 날짜다. 매장에서 언제까지 진열하거나 판매할지를 알려주는 기준이다.
Use By는 제조업체가 최상의 품질을 보장하는 마지막 날짜를 뜻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유아용 조제분유에서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날짜다.
미국에서는 유아용 조제분유를 제외한 대부분의 포장 식품에 품질 관련 날짜를 표시하도록 요구하는 통일된 연방법이 없다. 또한 날짜 표시에 사용되는 용어도 완전히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 소비자들이 혼란을 느끼기 쉽다.
날짜 지났어도 먹을 수 있는 식품 많아
식품이 적절한 온도에서 보관됐고 포장이 손상되지 않았다면, 표시 날짜가 지난 뒤에도 일정 기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이 많다.
예를 들어 건조 파스타, 쌀, 시리얼, 밀가루와 통조림처럼 수분이 적거나 밀봉된 식품은 날짜가 지난 뒤에도 비교적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맛과 향, 색, 질감이 떨어질 수 있다.
상업용 통조림은 찌그러짐이나 녹, 부풀어 오른 흔적이 없고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서 보관했다면 상당 기간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USDA는 토마토와 과일 같은 산성 통조림은 대체로 약 18개월, 육류와 채소 같은 저산성 통조림은 약 2∼5년 동안 최상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그러나 냉장 육류, 생선, 조리된 음식과 유제품 등은 보관 온도와 개봉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날짜가 지나지 않았더라도 장시간 실온에 방치됐거나 냉장고 온도가 적절하지 않았다면 식중독 위험이 생길 수 있다.
냄새만 믿어서는 안 돼
색이 변했거나 곰팡이가 생기고, 끈적한 점액이 나타나거나 평소와 다른 냄새가 난다면 먹지 말고 버리는 것이 안전하다. 포장이 부풀었거나 액체가 새고, 캔이 심하게 찌그러지거나 열 때 내용물이 분출되는 경우도 폐기해야 한다.
다만 냄새가 정상이라고 해서 반드시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살모넬라, 리스테리아, 대장균 등 일부 식중독균은 음식의 냄새나 색, 맛을 뚜렷하게 변화시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품의 안전 여부는 날짜뿐 아니라 냉장·냉동 상태, 개봉 시점, 실온에 놓여 있던 시간, 포장 손상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의심스러운 음식을 조금 맛보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유아용 조제분유는 날짜 반드시 지켜야
유아용 조제분유는 일반 식품과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 FDA는 모든 조제분유 용기에 ‘Use By’ 날짜를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 날짜가 지나면 아기에게 먹이지 말라고 안내한다.
조제분유의 표시 날짜는 제조업체가 제품의 영양성분과 품질을 보장하는 기한이다. 특히 영아는 식품 오염과 영양 부족에 취약하기 때문에 날짜와 제조업체의 보관 지침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
날짜 표시 혼란이 음식물 쓰레기 늘려
소비자가 ‘Best By’나 ‘Sell By’를 안전기한으로 오해하면 아직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버리게 된다.
FDA는 식품 날짜 표시에 대한 소비자의 혼란이 가정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의 약 20%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FDA는 이러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맛과 품질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Best If Used By’를 표준적으로 사용할 것을 지지하고 있다.
Better Report는 2024년 미국에서 판매되지 않거나 먹지 않고 버려진 식품이 전체 공급량의 약 29%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는 약 6,000만 톤, 식사로 환산하면 약 1,140억 끼에 해당하는 규모다.
안전하게 판단하는 방법
식품 날짜가 지났을 때는 먼저 그 날짜가 ‘Best By’, ‘Sell By’ 또는 ‘Use By’ 중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이어 식품이 계속 냉장 또는 냉동 상태로 보관됐는지, 언제 개봉했는지, 포장이 손상되지 않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색깔·질감·냄새에 뚜렷한 변화가 있으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임산부, 65세 이상 고령자, 영유아와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식중독에 따른 합병증 위험이 더 높을 수 있으므로 더욱 보수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결국 식품 포장의 날짜는 중요한 참고 기준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날짜 하루가 지났다고 음식이 갑자기 위험해지는 것은 아니다. 날짜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올바른 보관법과 부패 징후를 함께 살피는 것이 식품 안전을 지키면서 불필요한 음식물 쓰레기도 줄이는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