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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후세들에게 줄 것이 없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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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미시간 = 김택용 기자] 필자가 연초에 중요한 사람을 만났다. 헌팅톤 내셔널 뱅크의 회장인 게리 토고우씨의 초청으로 귀사 20층에서 저녁 식사 미팅을 가졌다. 헌팅톤 뱅크가 미시간 각 커뮤니티에 투자하고 있는 정책들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 중에서도 필자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지역 사회 대학 진학생들을 위한 장학 프로그램과 인턴쉽 프로그램이었다.

헌팅톤 뱅크는 메트로 디트로이트 지역 커뮤니티에 매년 거액의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한 예로 헌팅턴이 디트로이트 흑인 사회를 위해 2015년부터 시작한 SWAG(Students Wired for Achievement and Greatness) 어워드를 통해 9년간 15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해 고3 학생들에게 2,500달러에서 25,000달러에 이르는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학생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턴십, 멘토링, 사회봉사, 교육적 가르침을 통해 리더들의 공동체를 육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장학 프로그램은 흑인 사회를 넘어 아랍 사회에 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필자는 한인 사회와 아시안 사회에도 확장해 줄 것을 요청하고 추진중이다.

게리 토고우씨는 “장학 프로그램에 투자함으로써, 우리는 우리 주와 그 이상의 지역 사회에 혜택을 줄 새로운 세대의 리더, 혁신가, 변화를 이끌어낼 사람들을 지원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고 말하고 “또한, 교육자 보조금을 통해 이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자들에게 작은 도움의 손길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본 은행은 2025년부터는 과거 수혜자들 중에 2명을 선정하여 그들이 교육 여정을 계속할 수 있도록 각각 5,000달러의 동문 장학금을 수여하기로 했다.

헌팅톤 뱅크의 게리 터고우 회장(좌)과 주간미시간 김택용이 올 1월 말에 커뮤니티 지원
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헌팅톤 은행이 뿌린 씨앗들이 미국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기대가 된다. 2019년에 장학금을 받은 한 흑인 학생이 있었다. 시상 후 만찬 자리에서 토고우 회장에게 “나는 나중에 미국의 정치가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고 자신이 가고 싶은 대학교는 아틀란타에 있는 흑인 대학교인 Morehouse College이지만 학비가 비싸서 인스테이트인 미시간 대학을 가게 되었다며 아쉬워했다.

토고우 회장은 그 학생의 아쉬움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는 어느날 우연히 DTE 에너지 이사회에 참석했다가 오른쪽에 앉은 참석자와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그는 바로 Morehouse College의 David A. Thomas 총장이었다. 토고우 회장은 토마스 총장에게 “우리 은행에서 올해 장학금을 준 학생이 있는데 그 학생이 당신네 학교를 가는게 꿈이지만 학비를 다 댈수가 없어 포기했다고 합니다. 혹시 그 학교에 장학 프로그램이 있습니까?” 라고 물었다. 그러자 토마스 총장은 “우리 학교에는 장학 프로그램이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토고우 회장은 “나는 이 학생이 나중에 미국의 대통령이 될 재목으로 보이는데 참 아쉽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토마스 총장은 “왜 그 학생이 장차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되물었다. 토고우 회장은 “한 번 만나보시면 알겁니다”라고 말하고 연락처를 전해 주었다.

그 후 토마스 총장은 그 학생을 불러 30분 동안 면담을 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토고우 회장과 같은 생각을 했는지 자신의 학교에 없던 장학 프로그램을 만들어 그 학생을 데려가는 결정을 내렸다.

디트로이트에서 우연이 만난 한 은행의 회장과 한 대학의 총장이 한 학생의 인생을 바꿔놓는 결정을 내리는 짜릿한 순간이다. 이 스토리를 듣다가 필자는 온 몸에 전율을 느꼈다. 이렇게 아름다운 스토리가 있다는 것에 놀랐고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한 학생에게 커다란 기회를 주고 있는 모습이 감격스러웠다. 또 커뮤니티에서 받은 것이 있는 이 학생이 나중에 미국에 더욱 커다란 희망과 선물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본다. 그 학생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지켜보는 맛이 있을 것 같다.

필자는 헌팅톤 뱅크가 학생들에게 주는 장학금의 액수가 부러운 것이 아니다. 물론 한 학생에게 2만 5천 달러의 장학금을 줄 수 있다는 규모는 부럽지만 더 부러운 것은 후세들을 위해 줄 수 있는 휴면 네크워킹이라는 엄청난 사회적 가치다. 우리 한인 사회도 후세들을 위해 장학금을 수여하지만 돈 천불이 없어서 대학교를 못가는 학생들이 없다는 현실자각을 하고 나면 우리에게는 이렇게 우리 아이들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는 인맥이 없다는 현실이 아쉬움과 미안함으로 남는다.

몇 년 전 나에게도 이 상황과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 한인 고등학생이 찾아 와 장차 미국의 정치인이 꼭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 북한 인권 문제 등 다양한 정치 활동을 펼쳤으며 미국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행사도 주최했다. 그리고 그는 대학교 전공도 정치학과를 선택했다. 하지만 필자는 그 학생에게 아무것도 해 준게 없다. 서부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을 했다는 좋은 소식을 들었지만 잘 자라주기를 바라는 염원 이외에는 그 학생을 돕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못했다.

참으로 비교가 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느 흑인 학생은 은행 회장과 대학 총장이 뜻을 모아 인생의 여정을 돌려 놓는 기회를 얻는 반면에 어느 학생은 커뮤니티로부터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 지역 사회에 단체장을 맡으신 분들이 빼놓지 않고 하시는 말씀들이 있다. 후세들을 위한 일을 하겠다고 말씀하시지만 우리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그들에게 줄 것이 무엇이 있는지, 우리가 주려는 것이 후세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지도 잘 알지 못한다. 이것이 이민 1세에서 2세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는 한인 사회의 비애일지도 모른다. 1세들이 2세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며 살아왔지만 우리 1세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행운을 줄 수 있는 인맥을 만들지 못했다.

우리 1세들도 준비가 되지 않지만 혹시 우리 후세들도 꿈을 꾸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도 앞선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언어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이 우리 가정내에 존재하다보니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가슴이 벅차 오르는 감동의 메시지, 미래를 위해 꿈을 꿀 수 있는 도전의 메시지를 얼마나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들이 매주 교회에 가면 또 어떤 가슴 뭉클하고 정신이 번쩍드는 스피치를 들을 수 있을까? 주말 한국 학교에 가면 또 어떤 도전을 받을 수 있을까?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전해 주고 있는 것일까? 이들의 마음 속에 무엇을 심고 있는 것인가?

공부 열심히 해서 닥터가 되고 돈 많이 벌어서 성공해야 한다는 말 대신에 이 나라에서 영향력있는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부모는 몇이나 될까? 다행히 그렇게 큰 꿈을 꾸는 아이들이 우리 주위에 있어도 우리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초석을 놓아 줄 수 있을까? 장학금 천 달러 말고 정말 그들에게 주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행운은 주위의 좋은 인연에서 온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자녀들에게 좋은 인연을 붙여줄 능력이 없다. 아무도 다음 세대가 더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아이들을 감동시킬 만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이제는 우리 미시간 한인 사회도 진정 차세대를 위해 그럴싸한 업적을 남길 수 있는 선배들이 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 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선배들은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해 주는 것으로 만족해 왔다. 하지만 차세대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장학금 천 달러가 아니다. 그들이 세상과 만날 수 있는 기회, 세상을 볼 수 있는 안목, 그곳으로 인도해 줄 수 있는 영향력있는 인맥을 만드는 방법 등이다. 천 달러를 주는 것보다 천 달러를 만드는 방법, 그 보다 더 큰 꿈을 키우는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가르쳐야 할 때다.

먼저 4만여 명의 한인들이 산다는 우리 미시간 한인 사회에서 자라나고 있는 우리의 자녀들이 누구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 그래서 제안을 하자면, 이 글을 읽으신 분들 중에 주위에서 키우고 싶은 재목을 발견한다면 그들이 누구인지 제보해 주시기 바란다.

주간미시간은 미시간 한인 커뮤니티에서 미래 준비에 자원하시는 분들을 모아 가칭 Michigan Future Foundation을 만들고 미래를 바꿔놓을 수 있는 꿈을 꾸는 그 아이들을 위해서 어떤 인맥을 연결하고 어떤 기회와 만나게 해 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연구하는데 자원하고 싶다.

바라건대 각 교회마다 사회 혁신에 뜻이 있는 한 분씩을 파송해 주시면 이 재단에서 엄청난 일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미시간의 교회들이 커뮤니티를 와해한다는 오명을 떨쳐버리고 미시간 한인 사회의 미래를 위해, 더 나아가 미국의 미래를 위해 기획을 하고 작전을 세우며 세상을 함께 도모해 보아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묻고 싶다.

머리를 맞대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30여년간 기도해도 아무런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기도만 하고 행동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호소한다. 미래를 정말 준비하고 싶은 분들은 연락주시기 바란다.

연락처: mkweekl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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