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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꽃이 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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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4일 목회서신인간의 직립은 짐승과 구별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네 발로 기어 다니는 모든 짐승의 태도는 수평적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두 발로 서서 다니기 때문에 수직적입니다. 오늘 아침 집 뜰에 있는 사과나무를 보면서 ‘인간은 동물 보다는 식물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인간은 위로 자라기 때문에 쉽게 교만해 집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높이>를 가진 삶을 이해하는 것은 오직 사람과 나무만이 아닌가 싶습니다. 집 뜰 사과나무에 핀 사과꽃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표정이 보였습니다. 오월의 아침에 본 그 표정들 안에는 수 천, 수 만개의 눈이 보이고, 귀가 보였습니다.

아프리카에는 이상한 미신을 믿고 사는 종족이 있다고 합니다. 누군가가 병에 걸리면 무조건 앞만 보고 전속력으로 뛰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병이 자기를 쫓아오지 못하도록 빨리 달아나면 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힘이 든 환자가, 가뜩이나 숨이 찬 환자가 이렇게 질주한다는 것은 오히려 죽음을 재촉하는 일로 보입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것은 아프리카 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늘의 문명 속에 사는 사람들도 뛰어 갑니다. 사람들은 자기 인생의 해탈이 뛰는 것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가뿐 숨을 내쉬며, 헐떡거리며, 아침이나 저녁이나 뛰고 있습니다. 그들이 아무리 뛰고 뛰어도 결코 자기의 숲을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호세아는 “오라 우리가 여호와께로 돌아가자… 우리가 여호와를 알자 힘써 여호와를 알자 그의 나오심은 새벽 빛 같이 일정하니 비와 같이, 땅을 적시는 늦은 비와 같이 우리에게 임하시리라”(호 6:1, 3)고 말했습니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가장 숭고한 지식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많이 알면 알수록 우리 자신도 더 많이 알게 됩니다. 우리를 지으신 이가 우리를 가장 잘 알기 때문입니다.

해바라기는 해를 바라보는 꽃이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저는 우리가 주님을 바라보는 주바라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만 뛰지 말고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그리하여 천기(天氣)를 헤아릴 수 있는 하나님의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우리가 천기만을 헤아리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순종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잘난 사람은 미움을 받지만 순종하는 사람은 사랑을 받습니다. 사람에게 순종하면 사람의 사랑을 받지만, 하나님께 순종하는 하나님의 사랑을 받습니다.

다시 사과나무를 바라봅니다. 지난 겨울의 자리를 묵묵히 지킨 나무에 매력적인 향기를 머금은 사과꽃이 피었습니다. 사과꽃 속에 머금은 수천 개의 눈이 저를 바라보며 말을 합니다. 입만 말하는 게 아닙니다. 눈도 말을 합니다. 이 나무… 저에게 순종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 추운 겨울에도 묵묵히 하나님의 섭리에 순종했습니다. 그리고 이 봄에도 묵묵히 순리에 순종하여 꽃을 피웁니다. 그렇습니다. 순종하면 꽃이 핍니다. 그 꽃이 다시 져도 순종하면 열매를 맺습니다.

손경구 목사 (앤아버한인교회 담임, www.kcoa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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