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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은 바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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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충무공 기념 사업회를 만들어 충무공의 애국심을 고취하는데 전심전력하던 정인보가 하루는 배제학교 학생들을 놓고 강연을 하게 되었다. 그는 첫마디에 이순신은 바보지요하니 학생들이 깜짝 놀라 자기의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틀림없이 정인보는 이순신은 바보지요 한 것이었다. 어찌하여 그를 바보라고 했는가.

끊임없는 모략과 중상때문에 미관말직이나 두루 거치다가 그것도 번번히 파직이 되었다가 다시 복직되는 곤욕을 치르면서도 변함없이 임금을 섬기다니 그것은 바보나 하는 일에 틀림없다.

공을 세우면 영락없이 뒷잡혀 오히려 그것이 죄로 다스려지는 바람에 여러 차레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는데도 계속 그 나라를 사랑하다니 그것은 바보나 하는 짓임에 틀림없다.

이순신은 과연 바보였다. 외적을 쳐서 물리친 것은 그였는데 오히려 누명을 쓰고 오랏줄에 묶여 서울까지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거반 죽게되었다가 백의종군하라는 명령을 받고 간신히 풀려났는데도 여전히 그 조정에 충성을 다하다니 그것은 바보나 하는 짓임에 틀림이 없다.

어머님이 심려끝에 급히 돌아가신 그 슬픔과 그 아픔을 안고 몸부림치는 그에게 통제사의 직분을 떠맡긴다고 다시 전쟁터에 나서다니 그것은 바보나 하는 짓임에 틀림이 없다.

나라는 망해도 내 목숨 하나 건져야 겠다는 것이 모든 똑똑하다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생각인데 나라가 망하는 것을 어찌 보고만 있을까 하여 아예 갑옷을 벗어 버리고 앞장서서 뻔히 죽을 줄 알면서도 노량의 물결을 헤치며 나가다 마침내 북채를 쥐고 쓰러진 그대, 바보 이순신, 바보 이순신

그때 춘추가 54이었던가, 한창 살 나이에 가버린 사람
바보 이순신

한산섬의 오늘도 달이 밝은가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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