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만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노벨상을 받은 프린스턴 경제학자로, 재치있고 날카로운 “야당성” 발언으로 인기있는 뉴욕타임즈 고정논객이기도 합니다. 이분이 작금의 경제위기에 대해 쓰면서, 왜 경제학자들이 이런 난국에 빠졌나? 라는 자신의 질문에 답하기를, “그들이 아름다움을 진실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라는 통렬한 경구를 남겼습니다. 수리모델로 멋지게 (elegant) 분석한 경제이론이, 불완전하고 비이성적인 사람들의 행동을 이상화했고, 실체가 없는 “시장의 자정능력”을 맹신해 규제를 소홀히 한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복잡다단하고 모순투성이인 현실을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경제학적 분석의 세부사항이야 저로선 알 길 없지만, 아름다움과 진실의 구별이 필요하다는 화두는 제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성경에 기록된 뜨거운 믿음, 하나님의 능력이 함께하는 성도의 영광이 왜 나에게 없는가? 고민한다면서도, 제 믿음의 현주소를 정직하게 확인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각론”에 들이는 노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우리 마음속의 증오 탐심 음욕은 “사람이 다 그렇지…” 용서해 주고, 말씀과 기도의 결핍은 “맘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 하며 넘어가고, 시간과 물질의 헌신은 “믿음의 분량만큼 하지”라며 눈감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성경의 개념과 언어들로 멋진 그림을 그린 뒤 그것이 나의 실체라고 믿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두려운 마음이 들어 회개와 헌신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크루그만이 신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게는, 소중한 영적 교훈을 준 스승이 된 셈입니다. 진실을 다져서 참된 아름다움에 이르려는 마음의 소원을 가져봅니다.
유선명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