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에서도 시작된 ‘Galleri’ 혈액검사…생명을 구할 혁신인가, 연간 1,000억 달러의 의료비 폭탄인가
[주간미시간=김택용 기자] 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많은 의사들은 한결같이 “얼마나 일찍 발견하느냐”라고 말한다. 암이 다른 장기로 퍼지기 전에 발견하면 수술이나 비교적 간단한 치료만으로도 완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미국 의료계가 주목하는 Galleri 혈액검사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단순한 채혈만으로 기존 건강검진에서 쉽게 찾아내기 어려운 여러 종류의 암 신호를 동시에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검사가 미국 전역으로 확대될 경우 의료비가 연간 최대 1,0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추정까지 나오면서 새로운 논쟁도 시작됐다.
기존 검진으로 찾지 못하는 암까지 혈액으로 검사
미국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정기검진이 시행되는 암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현재 유방암, 자궁경부암, 대장암, 폐암, 전립선암 등이 대표적인 검진 대상이다. 그러나 췌장암, 난소암, 간암을 비롯한 많은 암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표준적인 조기검진 방법이 없다.
Galleri는 이러한 틈을 메우기 위해 개발된 MCED(Multi-Cancer Early Detection·다중암 조기검진) 검사다. 암세포가 성장하면서 혈액 속으로 방출하는 미세한 DNA 조각을 분석해 암 특유의 신호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제조사 Grail에 따르면 이 검사는 수십 종류의 암에서 나타나는 신호를 찾아낼 수 있으며, 암 신호를 발견한 경우 90% 이상에서 암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장기나 조직까지 알려줄 수 있다고 한다.
기존 CT나 MRI 같은 영상검사는 암 조직이 어느 정도 커져야 발견할 수 있다. 반면 혈액 속 DNA 변화를 이용한다면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암을 포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이 기술의 가장 큰 매력이다.
미시간에서는 이미 받을 수 있다
Galleri는 미래의 기술만은 아니다. Henry Ford Health는 2022년부터 미시간 환자들에게 이 검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미시간의 대형 의료기관 가운데 가장 먼저 도입한 사례다.
문제는 가격이다. 현재 검사비는 약 950달러이며 대부분의 일반 건강보험이 이를 보장하지 않아 환자가 직접 부담해야 한다. 최근에는 Grand Rapids에 본사를 둔 Priority Health도 self-funded health plan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직원 복지 혜택으로 Galleri 검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앞으로 미시간 주민들도 회사 건강보험이나 다른 방식으로 이 검사를 접할 가능성이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암을 찾아 생명을 구한 사례도
Galleri 검사 덕분에 암을 조기에 발견한 미시간 환자가 있다. 40대 초반의 이 남성은 가족력이 있어 암을 우려하고 있었지만 기존 검사에서는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Barbara Ann Karmanos Cancer Institute의 종양 전문의를 찾아갔고 의사는 Galleri 검사를 권했다.
결과는 암 신호 양성이었다. 검사는 대장암 계열의 신호를 지목했고 이후 PET 검사를 실시한 결과 소장에서 초기 단계의 암이 발견됐다. 암 조직은 수술로 제거됐으며 환자는 항암치료까지 받지 않고 치료를 마칠 수 있었다.
이 환자 입장에서 950달러는 결코 비싼 검사가 아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의사들은 이런 성공 사례만 보고 수백만 명에게 검사를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가장 중요한 질문, 정말 더 오래 살게 하는가
Galleri를 둘러싼 최대 논쟁은 검사 정확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검사를 받은 사람이 실제로 더 오래 사는가?” 이 질문에 아직 확실한 답이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암을 일찍 발견했다고 해서 반드시 사망을 예방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암은 매우 천천히 성장해 평생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암까지 찾아내면 환자는 필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조직검사, CT, PET 검사, 수술 등을 받을 수 있다. 이를 과잉진단(overdiagnosis)이라고 한다.
반대로 일부 공격적인 암은 몇 달 빨리 발견한다고 해도 장기적인 생존율을 크게 바꾸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또 Galleri 검사에서 암 신호가 나왔다고 모두 실제 암 환자는 아니다.
제조사에 따르면 검사를 받는 사람 약 100명 가운데 1명 정도가 암 신호 양성 결과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가운데 일부는 실제 암이 없는 위양성(false positive)이다. 이 경우 환자는 암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까지 여러 검사를 받으며 비용과 심리적 부담을 겪게 된다.
연간 550억 달러에서 1,000억 달러까지
더 큰 문제는 국가 전체의 의료비다. Michigan State University 의료윤리학자 Leonard Fleck은 Galleri 검사를 Medicare 가입자들에게 광범위하게 제공할 경우 매년 약 550억 달러가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Grail이 권장하는 것처럼 미국의 50세 이상 인구가 매년 검사를 받게 된다면 비용은 연간 약 1,000억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그는 계산했다. 개인에게 950달러는 감당할 만한 돈일 수도 있다. 하지만 수천만 명이 매년 검사를 받으면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된다.
더구나 암 신호가 발견된 사람들에게 실시되는 PET, CT, 조직검사, 수술 등 후속 검사 비용까지 고려하면 실제 의료비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Grail 측은 반대 논리를 편다. 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고가의 항암제와 장기간의 입원치료를 줄이고 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사회적 가치가 크다는 것이다.
회사는 Galleri와 같은 조기검진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면 미국에서 매년 약 2만4,000명의 암 사망을 예방할 잠재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역시 아직 장기간 임상시험으로 확정된 수치는 아니다.
2028년 Medicare 적용 가능성도
앞으로 Galleri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근 제정된 연방법에 따라 이런 다중암 조기검진 검사가 FDA 승인을 받을 경우 2028년부터 일부 Medicare 가입자에게 보험 적용이 가능해질 수 있다.
FDA 자문위원회는 오는 9월 23일 Galleri의 안전성과 효과를 논의할 예정이다. 관련 법안은 민주·공화 양당의 지지를 받았으며 미시간의 Elissa Slotkin, Gary Peters 연방 상원의원을 비롯한 미시간 정치인들도 법안 추진에 참여했다.
기존 암 검진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Galleri 검사를 받았다고 해서 기존 암 검진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유방촬영술, 대장내시경, 자궁경부암 검사, 폐암 저선량 CT 등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사망률 감소 효과가 입증된 검사들이다.
Grail 역시 Galleri가 이런 검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검사라고 강조한다. 결국 Galleri가 암과의 전쟁을 바꿀 혁신적인 기술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한 번의 피검사로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기대와 “그렇게 발견한 암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생명을 구하는가”라는 질문 사이에 아직 상당한 거리가 있다.
950달러의 혈액검사가 한 사람에게는 생명을 구하는 기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수천만 명에게 매년 시행하기 위해 1,000억 달러를 지출해야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암을 얼마나 일찍 찾아낼 수 있는가 못지않게, 그 조기 발견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게 하는가.
Galleri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올 때 결정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