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가리키는 히브리어인 ‘헬렉’은 본래 ‘분깃’ 즉 주어진 ‘부분’이라는 뜻이다. 하나님께서 주셔서 특정인이나 그룹에 귀속된 땅이나 재산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 주신 약속의 땅과 그 땅을 각 지파가 나누어가질 때 주어졌던 분깃을 지칭하면서 그 의미가 좀 더 특정화되었다. 그러니까 ‘헬렉’의 가장 보편적인 의미는 각 지파, 각 가족에게 주어진 땅의 한 부분이다. 그 땅은 주어진 사람들에게 생존의 터전이 된다. 그렇다면 헬렉은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의 삶의 근간(根幹)이다.
그렇다면 애가서에서 말하는 바 “여호와=기업”은 도대체 무슨 공식일까? 이것은 레위 지파에 적용되는 개념이었다. 다른 지파에게는 자기 몫이 주어졌지만 그들 가운데 흩어져 살면서 하나님을 섬기는 전임사역자 구실을 했던 레위인들은 다른 지파가 하나님의 몫으로 내어놓는 십일조에 기초하여 생존해야 되었다. 그러니 레위인들은 다른 지파의 십일조가 기업(헬렉)인 셈이었다. 그래서 고정 자산인 땅이 없는 레위인들은 하나님만을 바라보면서 ‘여호와가 나의 기업’이란 고백을 했다(민 18:20, 신 10:9).
애가서 기자(記者)의 상황을 생각해 본다. 약속의 상징인 땅은 바벨론에 의해 짓밟혀 봄이 오지 않는 빼앗긴 들이 되었다. 그들의 통치자요 지도자였던 다윗 왕계는 눈이 뽑힌 채 사슬에 매여 바벨론으로 끌려간 시드기야로 완전히 종식되었다. 하나님과 그들 사이에서 중재를 하던 제사장들은 바벨론의 포로가 되어 강제로 이주를 당했다. 하나님께서 거하시기 때문에 누구도 무너뜨리지 못하리라 믿었던 성전마저 비참하게 무너져버렸다. 무엇이 남았는가?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철저한 파산 상태였다. 그들에게 주어졌던 기업(헬렉) 중에서 남은 것이라고는 눈을 씻고 살펴도 보이지 않는다. 완전한 절망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폐허 속에서 애가서 기자는 그래도 여전히 남아있는 분을 가슴에 느낀다. 하나님이셨다. 아하! 하나님께서 나의 기업이시다! 레위인의 고백은 이제 온 이스라엘의 고백으로 확장되었고 이에 기초하여 포로기 이후의 새로운 이스라엘은 제 자리를 찾는다. 살다 보면 사면초가와 같이 막막한 느낌을 가지게 만드는 참담한 경험을 종종 갖게 된다. 그러나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모든 것이 사라진 것 같아도 창조주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거기 그리고 여기에 계시면서 나를 품으신다. 여호와가 나의 기업이시다. 새해에는 디트로이트 재건을 위한 각종 논의에서 ‘하나님께서 디트로이트의 기업’이라는 고백의 기도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유승원 목사의 목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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