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하원에서 전날 상원에서 채택된 ‘재정 절벽’(fiscal cliff) 타계안이 그대로 채택되면서 미국이 재정절벽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주요 합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 인상: 개인 연소득 40만 달러 이상(부부 합산 45만 달러 이상) 고소득층의 소득세율을 현행 35%에서 39.6%로 높인다. 그 미만의 소득층은 소득세율을 인상하지 않는다.
– 고소득층에 대한 자본이득세율 인상: 개인 연소득 40만 달러 이상 (부부 합산 45만 달러) 고소득층에 대한 자본이득과 주식배당금 수입에 대한 세율을 15%에서 20%로 올린다. 그 미만의 소득을 버는 사람들의 자본이득세율은 현행대로 15%를 유지한다.
– 고소득층에 대한 부동산세율 인상: 개인 연소득 40만 달러 이상 (부부 합산 45만 달러) 고소득층에 대한 부동산 세율을 35%에서 40%로 인상한다.
– 정부 예산 자동 삭감을 의미하는 ‘시퀘스터’(sequester) 발동 시기를 2개월 연기한다
– 장기 실업수당 지급 시한을 1년 연장한다. (26주 이상 실업 상태인 사람들에게 해당)
이 가운데 핵심은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 인상이다. 민주, 공화 양당이 첨예하게 대립해온 내용으로 오바마 대통령 등 민주당은 그동안 개인 연소득 20만 달러 이상(부부 합산 25만 달러)의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공화당은 고소득층을 비롯, 모든 미국인에 대한 소득세율 인상 자체를 반대해왔다.
양측은 12월 31일 데드라인을 넘기면서까지 맞서다 소득세를 인상할 고소득층 범위를 개인 연소득 40만 달러 이상으로 합의하면서 타협했다. 협상 중에 공화당의 존 보에너 하원의장은 고소득층 범위를 연소득 1백만 달러 이상의 사람들로 하자고 제안했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밤 하원에서 재정절벽 타계안이 통과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법안으로 미국의 세금 제도가 좀 더 공정해졌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중 부자 미국인들에게 너무 경도된 세금 제도를 고치겠다고 밝혀왔다”며 “오늘 그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인구의 2%에 해당하는 부자들에 대한 소득세율은 인상하지만 나머지 98% 미국인들의 소득세율은 인상하지 않는 이 법안을 곧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은 그동안 세금 인상 자체를 반대해 ‘반 세금 정당’(anti-tax party)으로 불려왔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은 낮은 세금으로 개인들이 시장에서 경제활동을 더 활발히 하는 것이 경제성장의 바른 길이라고 믿고 있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실제로 세금 감소 정책을 이행했고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연장하면서 지난해까지 이어졌다. 공화당은 천문학적인 국가빚을 줄이기 위해서는 세금 인상이 아니라 정부의 재정지출이 줄어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큰 정부’를 지향하는 민주당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 지출 삭감 뿐 아니라 세금 인상, 특히,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 성공에 힘입어 이를 강력하게 추진했고 결국 공화당은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 인상을 합의하며 지난 20여년 간 고수했던 ‘일체의 세금인상 반대’ 입장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는 ‘세금 인상’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번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 인상과 함께 공화, 민주 양당이 모든 직장 샐러리맨들에게 혜택이 돌아갔던 ‘급여세(payroll) 2% 감소 연장’을 채택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증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