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시안계 미국인들이 공화당을 외면하는 이유

– 아시안계를 향한 배타적 인식부터 버려야

밴더빌트 대학 정치학과의 모현정 교수

지난 10월 12일 온건 중도주의 성향 정치단체인 No Labels가 주최한 뉴햄프셔에서 있었던 Problem Solver Convention에서 한국계 미국인 학생과 도널드 트럼프의 맞장 대결이 내셔널 뉴스로 떠올랐었다. 죠셉최 군의 질문을 들은 트럼프는 “Are you from South Korea?”라고 물었고 최 군은 “I’m not. I was born in Texas, raised in Colorado.”라고 답했다. 행사장을 메운 관중들은 이 광경에 웃음으로 반응했지만 NPR과 Huffington Post는 트럼프의 처신을 가볍게 비판했다. 트럼프가 최군에게 상처를 줄 의도는 없었다하더라도 이 장면을 지켜보던 아시안계 미국인들은 아무리 미국에서 태어났어도 아시안계 미국인들은 이방인으로 여겨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목격했다.

트럼프의 이런 무지한 질문이 가장 높은 교육 수준과 소득을 가지고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안 커뮤니티를 민주당 쪽으로 쏠리게 만드는 작용을 하고 있다.

2012년 미대선 당시 아시안계 미국인들은 오바마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73%의 아시안 계가 오바마 후보를 위해 투표했는데 이는 히스패닉계의 71%와 여성의 55% 지지를 앞지르는 수치였다.

공화당은 이 수치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20년 전은 지금과 달랐다. 출구조사에서 74%의 아시안계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지지했던 적도 있었다. 그 이후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는 꾸준히 상승해 1992년에는 36%, 2008년에는 64%, 2012년에는 73%가 되었다. 아시안 계는 오바마 재선 선거에서 더욱 높은 지지도를 보인 특이한 그룹으로 분류된다.

아시안 계가 갑자기 정당 선호도를 바꾼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어떤 이들은 이것을 “GOP’s Asian erosion”이라고 부른다. American Enterprise Institute는 아시안 계도 자연스럽게 공화당 지지층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의 지나친 보수성이 호감을 잃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Andrew Gelman은 그의 저서 “Red State, Blue State, Rich State, Poor State: Why Americans Vote the Way They Do,”에서 정당 선호도가 소득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부자들이 공화당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시안 계의 경우는 다르다. 아시안 계는 미국의 어느 소수인종 그룹보다 평균 소득이 높다. 2009년 센서스에 따르면 아시안계 가정의 평균 소득($65,469)이 백인 가정의 평균 소득($51,863)보다 높았다. 흑인 가정의 $32,584와 히스패닉 가정의 $38,039보다도 훨씬 앞선다. 이런 아시안계 미국인 부자들도 공화당을 외면하고 있다.

왜 아시안계 미국인들의 마음이 공화당을 떠나는 것일까? 밴더빌트 대학 정치학과 모현정 교수가 시행한 연구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아시안계가 미국인으로 인정받거나 주류 사회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분노라는 것이다.

아시안계 미국인들은 자신들을 이방인으로 여기는 인종차별적 미세한 공격성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백인들은 자신들이 던지는 미세한 공격성 발언이 어떤 모욕과 수치 그리고 얼마나 심각한 비하의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는지 모른다. “Where are you from?”이라는 질문을 받은 아시안계가 미국의 지명을 대면 “Where are you really from?”이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는 미국인들이 있다. 또 미국에서 태어난 아시안 계에게 영어 발음이 좋다고 칭찬하기도 한다. 이런 질문의 저변에는 아시안 계는 이방인이라는 억측이 존재하고 있다.

Sapna Cheryan과 Benoit Monin의 2005년 연구에 따르면 아시안 계는 타인종에 비해 미국인으로 덜 인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Thierry Devos와 Debbie Ma의 연구에서도 일반 미국인들은 백인이자 유럽계인 Kate Winslet을 아시안 계 미국 연예인인 Lucy Liu보다 더 미국인답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Sapna Cheryan과 Benoit Monin의 연구에서 나타났듯이 아시안 계도 자신들을 미국인으로 강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미국에 대해 애국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말이다.

인종적인 미세한 공격성 발언은 정치 광고나 정치적 표현 그리고 이민정책과 같은 아시안계와 관련된 정치 이슈를 논하는 정치적인 상황에서 극대화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이 정치적으로는 어떤 결과를 낳을까?

공화당 정치인들의 교묘한 수사법 즉, 백인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유색인종들이 뺏어간다는 표현과 함께 펼치는 반이민 정책들을 통해 아시안계는 공화당원들이 소수인종을 환영하지 않는다고 인식하게 된다. 반면 민주당은 비교적 배타성이 낮고 포용적이기 때문에 아시안 계의 지지를 얻게 되는 것이다.

모 교수는 아시안계 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흥미로운 결과를 얻어냈다. 백인 도우미가 학생들 중에 반 정도에게 “아, 미안합니다. 이 연구는 미국 시민권자들만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 걸 잊었습니다. 당신은 미국 시민입니까? 알 수가 없군요.”라는 무례한 질문을 던지게 했다.

미국인으로 포함되지 않는다는 무례한 질문을 접한 아시안계 학생들은 이어진 설문 조사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을 강하게 나타냈으며 공화당을 완고하고 무지하다며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성향을 나타냈다. 이 연구에서 아시안들은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에 대한 감정을 공화당과 연관 짓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08년 National Asian American Survey 에서 드러난 결과에서 40%의 아시안계 미국인들이 다음과 같은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 부당하게 거부당하거나 해고당한 적이 있다.
* 부당하게 승진에서 제외된 적이 있다.
* 경찰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
* 렌트와 주택 구매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
*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 부당한 서비스를 받은 적이 있다
* 증오범죄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2013 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아시안계 미국인들은 미국 인구의 5%, 투표인구의 4%에 불과하지만 지역별로 색다른 영향력을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는 유권자들 가운데 아시안 계가 12%를 차지한다. 2015년에는 아시안계가 미국 전체 인구의 9%에 해당될 전망이다. 1996년 이후 백인들의 투표율이 13% 상승한 반면 아시안계의 투표율은 105% 신장했다. 그 중 대부분은 민주당을 선택했다.

아시안계 대부분은 정당에 소속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양쪽 당에게 기회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화당은 어떻게 해야 아시안계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까? 간단히 말하면 지금하고 있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소수인종을 환영하지 않는 태도를 버리지 않는 한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최근 공화당 대선 후보들이 내놓는 이민정책 개혁과 관련된 표현들은 교묘한 인종차별적 미세한 공격성 발언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공화당 후보들은 그들의 배타성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와 벤 칼슨은 이민자들에 대한 광범위하고 공격적인 편견을 보여주는 표현으로 강력한 반이민 의지를 드러내고 있으며 제프 부시는 ‘anchor babies’라는 표현을 사과하기는커녕 히스패닉 계에서 아시안 계에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다.

공화당 정치인들이 때론 암묵적이고 때론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이민 사회에 대한 배타적인 수사법을 바꾸지 않는 한 아시안 계는 공화당을 지지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글쓴이 : 밴더빌트 대학 정치학과 모현정 교수
번역: 김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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