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 대통령의 핵 공격 절차

– 몇 분 안에 핵탄두 800개 발사 가능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 당시, ‘뉴클리어 풋볼’로 불리는 ‘핵 가방’을 든 수행원이 대통령 전용기에 오르고 있다.

 

미국의 핵 공격은 어떤 절차로 이뤄질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내 책상에 핵 단추가 있다고 협박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 핵 버튼은 훨씬 크고 강력하다”고 응수하면서 미국의 핵 공격 절차와 보유량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핵 공격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지는지 알아본다.

 

‘핵 버튼’ 말하자면 ‘핵 단추’인데, 미국에 핵 단추가 실제로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것은 없다. 미국은 대통령만이 핵 공격을 명령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이 있다. 이 때문에 정치인들이 그런 권한을 표현할 때 ‘핵 단추를 누른다’는 표현을 써 왔다. 미 대통령 선거 때 상대 후보를 비난하며 “그에게 핵 단추를 맡길 수 없다”라는 표현이 종종 등장하는 게 좋은 예다. 하지만 단추를 누르면 즉각 핵미사일을 발사하는 시스템은 미국에 존재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어떻게 핵 공격 명령을 내리나?

핵 공격 명령의 1순위는 ‘뉴클리어 풋볼’이라고 불리는 ‘핵 가방’ 이다. 서류 가방처럼 생겼는데, 대통령이 이동할 때마다 항상 수행원이 이 가방을 들고 다닌다. 이 핵 가방 안에는 핵 공격 범위를 선택하는 방안과 전략, 상대 공격에 대한 보복 방안 등이 기재된 기밀문서, 즉 ‘블랙 북(black book)’이 담겨 있다. 또 대통령이 핵 공격을 명령할 때 자신이 대통령임을 증명하는 암호 카드가 있다. ‘비스킷’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작은 플라스틱 카드인데, 미 대통령은 늘 이 ‘비스킷’을 지니고 다녀야 한다. 이 ‘비스킷’이 사실상 ‘핵 단추’ 역할을 한다.

그럼 핵 공격 명령 절차는 어떻게 이뤄지나?

핵 공격은 크게 적의 핵 공격에 대응하는 상황과 선제 핵 공격으로 나뉜다. 대통령은 공격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이 있지만, 그 전에 보좌관을 비롯해 군 핵심 지휘관들과 조율 과정을 거친다. 지난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사태 때는 이런 조율에 며칠이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적이 먼저 핵 공격을 가했을 경우 상의할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대통령의 빠른 결단이 중요하다.

적의 핵미사일이 미 본토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미 군사 전문가들은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미국을 향해 발사될 경우 대략 25~30분 정도가 걸린다고 지적한다. 대서양이나 태평양에 있는 핵잠수함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면 12분 정도로 빨라진다. 최악의 상황은 한밤중에 이런 공격이 발생하는 경우다. 대통령이 보좌관들과 충분히 상의할 시간 없이 바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바로 비스킷을 통해 군 지휘부에 신분을 증명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만든 것이다.

대통령이 어떻게 핵 공격을 명령하나?

‘블랙 북’을 통해 어떤 형태로 공격할지를 먼저 선택해야 한다. 선택 방안은 ‘대규모’(major), ‘선별적’(Selected) 그리고 ‘제한적’(Limited) 으로 나눠진다. 대규모 공격은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나 산업 중심지, 군사 요충지 등을 포함해 국가를 겨냥하는 것이다. 선별적 공격은 소수의 핵심 군부대나 민간 지역을 표적으로 한다. 그리고 제한적 공격은 핵무기를 저장한 소규모 시설들을 표적으로 한다.

대통령이 그런 공격 형태를 결정해 명령을 내리면 그다음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나?

미 국방부의 전시 상황실 (war room)로 명령이 하달된다. 국방부는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 대통령임을 ‘비스킷’ 암호로 확인한 뒤 핵 공격을 담당하는 전략사령부에 명령을 하달한다. 동시에 전 세계 주둔 미군에도 이런 공격 계획을 알린다. 이런 명령은 150자 이내로 간단하게 하달된다. 속도를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서다. 미군에 따르면 이 모든 과정이 2분 안에 이뤄진다.

그럼 바로 핵 공격이 이뤄지는 건가?

아니다. 육상의 핵탄두 격납고와 폭격기, 해상의 핵잠수함 지휘관들이 다시 복수로 암호를 확인하며 검증 과정을 거친다. 이후 모든 암호가 확인될 때 핵 공격이 진행된다. 이런 검증 절차는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 때 만들어졌다. 당시 미국과 소련은 쿠바 미사일 위기를 통해 실수로 핵 공격이 이뤄질 수 있다는 취약점을 발견했다. 대통령이 아닌 고위 관리나 군 지휘관들이 임의로 공격 명령을 내리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케네디 대통령이 국방부에 검증 절차를 강화하도록 지시해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에서는 대통령 한 사람에게 이런 엄청난 권한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명령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건가?

그렇다. 지난해 11월 상원 외교위원회에서는 실제로 이 주제로 청문회가 열리기도 했다. 대통령 혼자 이런 엄청난 고유 권한을 가질 경우 위험한 결정을 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추가 승인 절차를 밟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회에서 제기됐었다. 지금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여러 의원이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1~2분 안에 신속한 결단과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에 복잡한 승인 절차가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여전히 많다.

대통령의 명령을 국방부 장관이나 발사를 담당하는 전략사령관이 거부할 수도 있나?

법적으로 거부할 권한은 없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11월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존 하이튼 전략사령관은 만약 불법적인 핵 공격 명령을 받으면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해 주목을 받았었다. 하이튼 사령관은 대통령에게 공격 상황에 대해 자문한 뒤 대통령이 불법적인 명령을 내리면 이는 불법적이라고 말한 뒤 합법적인 대안이 무엇인지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겨냥해 미국의 핵 능력이 “훨씬 크고 강력하다”고 경고했는데, 실제로 미국이 얼마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나?

미국과 러시아는 전 세계 핵무기 보유량의 90% 이상을 공유하고 있다. 민간단체인 미국과학자협회(FAS)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현재 미국은 6천 8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1천 800개가 실전 배치됐다. 민간단체인 미 군축협회는 미 대통령이 명령을 내리면 몇 분 안에 발사 가능한 핵탄두가 800개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400여 개는 지상에 기반을 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고 다른 400여 개는 잠수함에서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이 있다. 하지만 미 국방부는 전략상 정확한 핵무기 보유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럼 북한은 핵탄두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나?

북한 정부도 공식적으로 밝힌 게 없기 때문에 추정치만 가능하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지난해 7월 미 국방정보국(DIA)이 최대 6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20개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핵 전문가로 북한을 7번 방문했었던 지그프리트 해커 박사는 북한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200kg~450kg)에 플루토늄을 합하면 최대로 만들 수 있는 핵무기는 20~25개 정도라고 말했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장(ISIS) 역시 ‘VOA’에 북한의 핵무기를 13~21개로 추정했었다. 북한이 비밀리에 다른 시설에서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더라도 설비 능력으로 볼 때 2~5개 정도 추가할 수준이란 것이다. 참고로 세계 최대의 핵무기 보유국은 러시아로 핵탄두 7천여 개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처:V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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