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우디가 모스크 세울 때 미국은 대학 세운다

‘아프가니스탄 아메리칸 대학’(American University of Afghanistan).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 있는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사립대학이다.

이 대학은 9/11테러로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전쟁통에 설립되었다. 당시 아프가니스탄 교육부 장관이었던 샤리프 파에즈는 2002년 UNESCO 연설에서 여성들에 대한 교육을 일체 금지했던 탈레반 폭정이 다시 들어서지 않고 아프가니스탄이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파에즈 장관은 특히, 미국의 발전된 경영, 행정, 법, 과학 등을 아프가니스탄 청년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사립대학이 필요하다며 이것이야말로 전쟁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미국 관계자들에게 호소했다.

이에 반응한 사람은 당시 퍼스트 레이디인 로라 부시. 교사 출신인 그녀는 특히,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교육 참여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대학 설립에 나섰다.

2004년 아프니가스탄 정부로부터 인가를 얻은 이 대학은 구 소련과의 전쟁 때 부서진채 버려졌던 2개의 빌딩을 수리해서 시작되었다. 교수진은 미국 교수들로 구성되었고 경영학, 행정학, 정치학, 컴퓨터 사이언스 등 총 4개의 과정이 개설되었다. 영어로만 수업이 이뤄지는 이 대학은 2006년 53명의 첫 입학생을 맞으며 본격적으로 아프가니스탄 청년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작했다.

미 국제개발처, 국무부 등으로부터 수천만 달러의 그랜트를 받으면서 학교는 성장, 2011년 32명의 아프간 청년들이 학사 학위를 받고 처음으로 졸업했고 지난해에는 180명의 학부 및 대학원생이 졸업했다.

2012년에는 미국 명문대인 스탠포드 법대와 함께 법학 학사 과정을 개설, 장차 아프간 헌법을 만들고 법의 지배가 아프간 사회에 자리잡는데 기여할 변호사를 양성한다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현재 이 대학에는 약 2,000명의 아프간 청년들이 풀타임 혹은 파타임으로 공부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30%가 여성이다. 탈레반 통치 시절 교육받는 것이 금지되었던 여성들이 이 대학에서 남자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한 여학생은 아버지가 탈레반으로부터 딸을 학교에 보내지 말라는 협박편지를 받았지만 아버지는 교육을 받아야 미래가 있다며 자신을 학교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프간 청년들을 아프간 리더로 준비시키고 있는 이 대학은 장기화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미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이 학교 교직원 2명이 카불에서 자행된 자살폭탄 테러로 사망하고 이 대학 졸업식에서 축사를 한 존스 홉킨스대 중동전문가인 프레드릭 스타의 기고문이 소개되면서 미국사회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1월 자살폭탄 테러로 사망한 여자 교직원인 알렉시스 캐머만은 아프가니스탄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아프간 여성들이 교육을 받고 아프간 사회에서 리더로 서도록 돕기 위해 갔다가 참변을 당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미국사회에 감동을 주었다.

아프가니스탄 아메리칸 대학은 지난 1월 17일 이들이 사망한지 1주년을 맞아 아프간 청년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이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는 길이라고 밝혔다.

프레드릭 스타 교수는 16일 월스트리저널에 기고한 칼럼에서 외국 이슬람 자본으로 모스크가 경쟁적으로 세워지고 있는 카불에서 아프가니스탄 아메리칸 대학이야말로 미국의 가치를 이 나라에 심는 상징이라고 밝혔다.

스타 교수는 현재 카불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짓고 있는 모스크와 이란이 지원하는 모스크와 이슬람 센터가 경쟁하듯 세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 아라비아는 수니파 이슬람을, 이란은 시아파 이슬람을 아프가니스탄에 심으려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 대학을 통해 미국의 가치를 심으며 아프가니스탄을 자유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시킬 청년들을 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졸업식장에서 졸업가운을 입은 아들을 보고 이 자녀에게 미래가 없다면 아프가니스탄에는 미래가 없다며 자신의 손을 잡고 울던 한 아버지의 모습과 등록금을 내기 위해 농장해서 일을 하던 학생들의 모습을 소개하며 이 학교에 대한 투자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이 칼럼이 소개되자 이 대학이 존속되는 것이야말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사망한 미군 2,200여명의 희생과 미국이 사용한 1조 달러가 헛되지 않도록 하는 주요한 방법이라며 대학을 지원하겠다는 미국인들이 늘고 있다.

이처럼 미국 대학 교육이 제3세계 국가의 인재들에게 교육되는 아메리칸 대학(American University)은 전 세계적으로 수십 곳에 달한다.

베이루트 아메리칸 대학, 이라크 아메리칸 대학, 아르메니아 아메리칸 대학 등 이 대학들은 대부분 개인들이 시작했지만 미국의 정부, 민간재단, 대학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는 대학 교육을 통해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미국의 이른바 소프트파워(soft power)가 얼마가 큰 지를 잘 보여주는 방증이다.

미국은 2016년말까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고 있는 모든 미군을 철수할 계획이다. 미군이 철수하면 군사력 등 미국의 하드 파워(hard power)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약해지지만 아프가니스탄 아메리칸 대학을 통한 미국의 소프트 파워는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케이아메리칸 포스트

 

Print Friendly, PDF & Email

Leave a Reply

Discover more from Michigan Korean Weekly

Subscribe now to keep reading and get access to the full archive.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