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발행인 칼럼] ‘깨어진 꿈, 다가올 꿈’

12월 17일 오전 10시 10분, 다음날인 토요일 상원에서 드림법안을 놓고 표결을 한다는 전통이 날아들었다.

지난 8일 하원에 부쳐져서 216대 198로 극적으로 통과했던 법안인지라 자못 기대가 되는 순간이었다.

‘드림’ 법안은 부모를 따라 미성년자로 미국에 정착한 불법 체류자를 구제하자는 법안이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30세 미만의 불법체류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거나 군 복무 2년을 마칠 경우 영주권 취득 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내 한인을 포함해 약 210만 명의 불체자 학생들이 꿈을 계속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하며 미시간 한인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우선 가장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트위터에 내용을 올리고 미시간 상원의원 2명에게 전화를 걸어 드림법안을 지지해 줄 것을 요청하도록 했다. 본사 웹싸이트에도 내용을 실었으며 본사가 가지고 있는 수백개의 이메일 주소로도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가지고 있는 전화번호를 총동원해 전화를 걸었다. 우선 미시간의 단체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데비 스테버나우, 칼레빈 미시간 연방 상원의원의 전화 번호를 주고 드림법안을 지지하도록 종용했다.

미시간 한인 단체장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김영종 디트로이트 한인회 당선자, 조미희 상공회장, 유부철 상공회 차기회장, 엄재학 상공회 이사장, 이영일 미시간체육회장, 김이태 돌파축구회장, 이운재 세탁협회장 등이 즉시 전화를 걸어 지지를 당부했다. 김이태 회장은 축구회 내 20여명의 청년들을 동원해 전화걸기에 앞장섰다. 개인 자격으로 김진수 박사, 이화수 뉴서울가든 지배인, 디트로이트 연합장로교회 로뎀나무 겨자씨도 늦은 밤에 전화기를 들었다. 이메일을 받고 동참한 분들도 답장을 보내와 ‘좋은 일’이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미시간의 한인들이 워싱턴 DC에서 일어나는 일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선적은 거의 처음이다. 그 이유는 젊은이들에게 꿈이 소중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불법신분을 가지게 된 학생들이 미국에서 계속 공부할 수 있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였다.

하지만 이런 염원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상원에서는 법안 통과를 위해 필요했던 60표에서 5표가 모자라 드림 법안이 부결되었다.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부결 즉시 오바마 대통령도 성명서를 통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전국 각지에서 210만의 학생들이 눈물을 쏟았을 것이다. 마음이 아팠다. 나의 자식이 그런 처지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각주에서 이번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발벗고 나선 단체들이 있다. 진작부터 준비를 더 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런 아쉬움속에 꼭 해야할 일 한가지가 생각났다. 이런 중대한 순간은 또 찾아올 것이다. 어떤 중요한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전국에 있는 한인들과 관련되어 우리의 힘을 결집해야 할 절대절명의 순간이 다가올 때 전체 한인 사회를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한인들을 위한 일을 하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 한인회이고 총연이다. 하지만 많은 지역의 한인회가 정치적인 난투극을 벌이고 있거나 한인들의 관심 밖에서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또 전국의 한인회를 대표하는 총연은 미국 한인 동포를 돌보기 보다는 본국의 국회의원 자리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

총연이나 전국의 한인회들이 전미주 한인사회를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연락망을 만들 마음이 없다면 전미 한인 언론사들이라도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 언론사들이 가지고 있는 매체를 이용해 중대하고 시급한 문제를 전달하고 전체의 목소리를 모으는 결집력을 발휘해야 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전국에 있는 방송사, 신문사, 인터넷 호스트들은 이런 연락망에 모두 동참하여 각 사가 대표하는 지역을 담당하면 될 것이다.

물론 이런 일은 저널리즘의 참뜻에는 벗어난다. 벌어지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기만 하면 되는 언론사들이 사회 운동을 주도해 나간다는 것은 원칙에 어긋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래서 중앙일보, 한국일보, 라디오 코리아와 같은 메이저 미디어들은 쉽게 참여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사들에 있어 저널리즘보다 소중한 커뮤니티 서포트라는 책임감에 눈길을 한 번 더 줄 수는 없을까.

언론사들은 가지고 있는 매체를 통해 대중들에게 좀더 빠르게 다가 갈 수 있다. 그런 잇점을 공익을 위해 사용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언론의 이러한 사회 참여는 기댈 곳없는 한인들이 많은 이민사회에서는 특히 절실히 요구된다고 믿는다.

정식으로 제안하고 싶다. 전국에 있는 한인 언론사들이 미디어 네트워크를 조성하고 그 시스템을 이용해 한인들을 계몽하고 한인 사회의 힘을 결집하자. 그래서 앞으로 다가올 불체자 구제 법안 등 한인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안들을 유리하게 만드는데 영향을 미쳐보자. 각 지역에 있는 우리의 투표권을 최대한 활용하고 정치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에도 이런 네트워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래서 드림법안과 같은 기회가 다음에 찾아왔을 때에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 방관하지 말자. 전국의 한인들이 마치 벌떼 처럼 일어나 우리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어야 미국이 우리나라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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