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광진 어메리카

– 미국의 마음을 여는 기업, 디트로이트에 희망을 주는한국 기업
– 한미 FTA를 디트로이트에서 푸는 열쇠

[메디슨 하이츠 =주간미시간] 김택용 기자 = 대한민국 정부가 가장 애면글면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하 한미 FTA)의 미국내 인준이다. 한미 FTA의 미 의회 인준을 위해 주미한국 대사관과 시카고 총영사관도 백방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주 토론토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한미 FTA의 비준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11월 이후에 의회에 동의를 이끌어 내겠다고 밝힌바 있다.

한미 FTA의 중요 쟁점은 자동차 분야와 소고기 수입문제로 집약될 수 있다. 미국은 미국 자동차의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장벽을 없애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미 FTA가 인준되지 않는데는 미시간 노조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노조의 지지를 받고 있는 데비 스테버나우, 칼 레빈 연방 상원위원과 포드 자동차 및 크라이슬러는 한미 FTA를 불공정 무역이라고 규정하며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닫혀진 문을 어떻게 열 것인가? 닫혀진 한미 FTA의 문은 워싱턴 DC에서가 아닌 디트로이트에서 열어야 한다. 자유무역이라고 하면 수세적인 입장을 취하는 디트로이트 자동차 업계와 노조에게 어떤 희망을 줄 수 있을까? 그것은 이미 미시간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의 역할에서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디트로이트 인근에는 한국에서 진출한 60여개의 한국 부품업체가 있다. 대부분 중소기업체로 미국 자동차 3사와 Tier1 및 Tier2에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 업체들이 고용하고 있는 미국인들은 몇 명이나 될까? 주간미시간이 미시간지상사협회 소속 회원사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39개 한국 업체가 고용하고 있는 미국인은 총 577명이다. 미 전역에서도 가장 심각한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디트로이트가 한국 기업들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두 말할 나위 없이 고용 창출일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생각하는 피해 의식이 팽배해 있을수록 자유무역에 대한 수세적인 입장은 더욱 공고해 질 것이다. 하지만 디트로이트 지역에서 한국 기업에 의해 일자리를 얻은 미국인들의 수가 늘어나면 날수록 한국에 대한 반감은 사라질 것이다.

한국 기업이 고용하고 있는 577명 가운데 76명의 미국인을 고용하고 있는 광진어메리카가 미시간 지역사회에 바람직한 기업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76명이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도 중요하지만 광진어메리카가 지향하는 ‘인간을 중요시하는 기업 문화‘가 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쇄신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1997년 창립된 광진어메리카는 도어 시스템을 생산하고 있다. 2008년 현대기아 자동차로부터 5 Star Award를 받았으며 2009년에는 GM으로부터 올해의 부품업체로 선정되었다. 광진은 본 상을 8년 연속 수상했으며 횟수로는 총 9번 수상했다. 2009년 3억 13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광진은 전체 매출의 45%는 한국 내에서 현대/기아 자동차에, 45%는 미국 GM에 매출하고 있으며 중국에 10%를 수출하고 있다. 미시간에 있는 광진어메리카는 한국에서 생산된 모듈을 보관, 공급하는가 하면 현지에서도 조립 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GM Buick Lucerne, Chevrolet Cobalt, Equinox, GMC Terrain에 사용되는 윈도우 레귤레이터를 공급하고 있으며 La Crosse와 Malibu, CTS coupe에 사용되는 도어 힌지를 납품하고 있다.

부품업체로 중견 위치에 있는 광진어메리카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이런 수치나 판매 실적이 전부가 아니다. 광진어메리카가 미시간에서 미국 현지인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메디슨 하이츠(32450 N. Avis Dr. Madison Heights)에 위치한 공장을 방문해 보면 흑인 노동자들이 다수 눈에 띈다. 이들은 40여분 떨어진 디트로이트 다운타운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디트로이트 지역 고용 전문 알선업체들을 통해 고용된 이들에게 광진어메리카는 단순한 회사 그 이상이다. 공장 건립 초기 흑인 노동자들을 쓰는 데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은행구좌가 없어 회사가 나서 은행구좌도 만들어 주어야 했으며 품질관리를 위한 특별한 훈련도 필요했다. 교통편이 여의치 않아 라이드 어렌지도 해주기도 했다.

이용주 법인장의 직원 케어도 남다르다.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려 애쓴다. 일방적인 명령보다는 직원들이 회사의 성공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주지시킴으로써 같은 배를 탄 동반자임을 고취시킨다. 그래서 공장 직원들은 자신들의 가치를 알아주는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회사가 잘 될 때 자신들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온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이런 노사 관계는 광진어메리카 이용주 법인장의 ‘휴먼 터치’ 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용주 법인장은 노동자들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한 동기부여가 품질관리 및 향상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말한다.

광진의 이런 정신은 권영직 회장으로부터 시작된다. “노동력을 사지 말고 마음을 사라”는 권영직 회장의 기업 경영 철학이 그대로 반영된 덕분이다. 권 회장의 기업 철학은 전 세계에 진출해 있는 광진 법인장들을 통해 현실화 되고 있다. 광진 멕시코의 정미채 법인장도 결근한 직원의 집을 직접 찾아가 위문을 하는 등 인간적인 관계를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5월 22일 트로이에 위치한 작은 공원에서 사원들을 위한 피크닉이 열렸다. 공장에서의 긴장을 다 털어버리고 경영자와 노동자들이 함께 어울렸다. 2인 3각 경기를 하며 가족들끼리도 서로 친구가 되었다. 노동자들은 경영진들과 함께 가족같이 한 때를 즐길 수 있었다. 서로 격이 없이 친근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광진어메리카의 자랑이다. 서로의 위치와 역할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짐으로써 모두가 공동 운명체라는 파트너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은 연비 향상을 위해 자동차 경량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에 발맞춰 광진어메리카도 윈도우 모듈 부품을 스틸대신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유리창을 작동하는 모터의 무게를 보다 가볍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생산으로 엔진소리가 줄어들면서 갖가지 소음에 대해 민감해졌다. 따라서 창문을 올릴 때 나는 미미한 소음도 없애야 하는 과제를 남겼다. 자동으로 창문을 작동하는 차종이 늘어나면서 어린이들의 손이 끼는 사고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이런 사고를 방지하게 위한 센서 개발에도 광진의 기술이 앞서고 있다. 소비자들의 미감이 더욱 섬세해 지고 자동차 업계의 트랜드가 바뀌지만 광진의 임직원들은 끈끈한 협동심을 바탕으로 한 팀워크로 문제없이 대비하고 있다.

자동차 경기 침체로 전전긍긍하고 있는 디트로이트는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그렇다 보니 타국의 브랜드에 대해 신경이 까칠하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또 다른 경쟁자를 키우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런 그들이 한미 FTA를 환영할 리가 없다. 하지만 디트로이트에서 한국 업체들로 인해 직장을 얻은 미국인들의 수가 늘어난다면 한국에 대한 반감의 이미지는 바뀔 것이다. 자유무역을 반대하며 막아내야 하는 경쟁자로서가 아닌 지역 미국인들의 고용을 증대하는 요인으로 한국 업체들이 비춰진다면 한국은 오히려 얻을 것이 더 많다. 디트로이트는 아직 한국 부품업체들에게 엄청난 시장이기 때문이다. 보통 GM에 납품할 수 있는 시장의 규모는 $90 빌리언 정도이다. 약 230여개의 한국 업체들이 GM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으며 올해 GM이 선정한 76개의 우수업체가운데 한국 부품사 17개사가 포함되어 전체의 22%를 차지했다.

디트로이트에는 또 다른 90 빌리언 달러 시장이 남아있다. 포드 자동차다. 물론 한국 부품업체들의 기술 개발도와 가격면에서 경쟁력이 있어 부품공급에서 우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과 대만이 무섭게 추격해 오고 있고 한국 정부도 이제 미국과의 자유무역을 성취해야 하는 입장에서 한국 업체들이 디트로이트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미시간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이 한국만을 위하는 한계를 넘어 디트로이트에 희망을 주는 역할을 감당할 때 우리는 분명히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총체적인 노력에 대한민국 정부도 주미한국 대사관이나 시카고총영사관을 통해 지원해야 할 것이다. 디트로이트 지역에서 지역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는 기업들을 장려하는 모습이 정치적인 제스처를 떠나 현실적으로 일어날 때 디트로이트는 한국에게 닫혀진 마음을 활짝 열 것이다.

메디슨 하이츠에 위치한 광진 어메리카 사옥 
근무 환경을 점검하고 있는 김세준 차장(우) 
광진 피크닉에서 사원들과 2인3각 경기를 즐기고 있는 이용주 법인장 부부 

mkweekl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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