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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티에 '올인'한 나폴레옹과 링컨, 왜?
[2010/01/24, 19:59:09] 주간 미시간    

미국이 강진으로 전 국토의 3분의 1이 폐허가 되다시피 된 카리브해의 소국 헤이티 구호에 '올인'하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도 병력을 1만여 명이나 빼내 헤이티에 상주시켜 일부 국가들로부터 군사지배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헤이티의 역사적인 관계를 거론하며 앙숙인 빌 클린턴과 조지 부시 전 대통령까지 '차출'해 지진 성금을 모으고 있다. 할리우드의 유명 스타들도 구호 캠페인을 펼치고 있어 마치 헤이티가 미국 땅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미국은 왜 헤이티 구호에 발벗고 나선 것일까.

미국과 헤이티의 역사적 접점은 2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헤이티에서 원주민들이 혁명을 일으키자 식민 종주국 프랑스는 이를 반란으로 간주해 진압군을 보낸다. 당시 프랑스의 통치자는 나폴레옹. 두 차례에 걸쳐 5만명이나 되는 대군을 파병한다.

미국도 헤이티가 독립하면 남부의 흑인 노예들이 봉기할까 두려워 프랑스를 적극 지원했다.

그러나 막강 프랑스군은 헤이티의 게릴라전에 말려들고 또 말라리아라는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난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철수하는 굴욕을 당한 것. 기록엔 2만명이 넘는 프랑스군이 숨진 것으로 나온다.

나폴레옹은 왜 헤이티에 그토록 집착했을까. 여기에 엄청난 진실이 감춰져 있었다. 나폴레옹은 헤이티를 발판으로 삼아 북미 대륙을 집어삼키려는 야망에 불타있었던 것이다.

식민지 통치를 핑계로 헤이티에 병력을 주둔시키면 영국과 미국이 의심을 하지 않아 프랑스에게 헤이티는 전략적 요충지였던 셈이다. 더구나 프랑스 땅이었던 뉴올리언스와도 가까워 나폴레옹은 기회를 틈타 이곳에 기습 상륙, 대륙공정에 나서려 했다.

그러나 헤이티 침공이 실패로 돌아가자 나폴레옹은 뉴올리언스를 비롯한 광활한 땅을 미국에 헐값으로 팔아 넘기고는 그 꿈을 접는다.

만일 그때 헤이티의 독립전쟁이 수포로 돌아갔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서부개척의 역사도 없었을테고 어쩌면 미국은 나폴레옹의 침략으로 지도에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헤이티가 있었기에 오늘의 미국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이처럼 미국은 헤이티에 큰 은혜를 입은 것이다.

헤이티와의 접점은 남북전쟁과도 맞닿는다.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을 무렵 링컨은 헤이티를 합법정부로 인정, 외교관계를 맺는다. 헤이티가 독립한지 거의 60년만이다. 그러자 백인들이 들고 일어났다. 흑인 대사가 워싱턴에서 거들먹거리는 것을 눈뜨고 못보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링컨이 헤이티 카드를 접지 못한 것은 깊은 뜻이 있었다. 전쟁 이후를 염두에 뒀던 것. 흑인들은 자유인으로 풀려나도 극심한 차별을 당해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헤이티에 그들끼리 살아 갈 수 있는 둥지를 만들어 주기로 결심한 것이다. 정치적 결단이 아닌 순전한 인도주의에 기초한 발상이었다.

링컨은 한 기업인의 후원을 받아 자신이 신뢰했던 의원에게 거금 2만5,000달러를 주며 헤이티에 땅을 사들이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그 의원이 돈을 떼먹는 바람에 1차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은 링컨은 헤이티의 최남단 카우 아일랜드에 정착촌을 세웠다. 선발대로 400여 명의 흑인들이 이 곳에 자리를 잡았지만 절반가량이 풍토병에 걸려 속절없이 죽어가야 했다.

보고를 받은 링컨은 군함을 보내 생존자들을 곧바로 귀국시켰다. 심한 죄책감을 느낀 링컨은 이 땅에서 흑인들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로 굳게 마음 먹었다.

이후 미국은 헤이티에 정변이 일어날 때마다 파병해 안정을 도왔다. 이번엔 강진이 발생해 나라의 존립자체가 위태롭게 됐다. 무정부 상태의 헤이티에 파병한 미국을 두고 몇몇 나라들이 비난을 하고 있지만 더 한 것도 해야 한다.

200년 전 미국을 위기에서 구해준 나라가 바로 헤이티 아닌가. 미국은 도덕적 의무 못지 않게 헤이티의 은혜에 보답해야 할 역사적 책무도 있는 것이다.



박현일 기자, uko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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